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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근황

근황이라고 쓰고 신세한탄이라 읽는다

by 니나:) 2018. 10.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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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니나입니다 :)  1주 전에 2주 동안 남자친구와 함께 한국 여행에 다녀왔어요. 3년 만에 방문했던 거라 하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x10000 이 쌓여있었어요. 거의 체크리스트 격파하듯 바쁘게 여기저기 다니고 여행했지만 아쉬움이 많이 남아요. 

남자 친구는 처음 방문하는 한국이라 보여주고 싶었던 게 참 많았어요. 한옥, 한복, 한식은 물론이고 요즘 유행한다는 음식점, 놀이까지 다 함께 해보고 싶었죠. 그 와중에 친구들도 만나야 하고 가족들과 시간도 보내야 해서 마음이 조급했어요. 결국, 쌓인 피로 때문에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남자친구가 열이 나기까지 했죠. 제가 욕심이 많았던 것 같아요. 조금 쉬엄쉬엄 천천히 산책하듯 둘러보다 오고 싶었는데, 이번이 아니면 언제 또 한국에 오겠어!! 라며 모든 걸 여유 없이 서둘렀죠. 이제 와 후회가 되기도 하네요. 

여행 다녀온 지 한주 정도 지나니까 정신이 차려지는 것인지 정신을 잃고 있는 것인지…. 전에 없던 격렬한 향수병이 찾아왔습니다. 밤마다 시켜 먹을 수 있는 야식과 보고 싶으면 찾아가서 볼 수 친구들, 엄마 반찬과 엄마 냄새. 귀여운 여동생과 함께하는 주말. 이런 소소한 것들이 얼마나 중요했던 삶의 한 부분이었는지 생각이 났어요. 

photo credit: adamgn hahoemaeul via photopin (license)


아직 엄마가 챙겨준 반찬이 좀 남아있어서 야금야금 먹으면서 진정을 하고 있어요. 어제부터는 갑자기 몸이 좋지 않아서 할로윈 파티와 식사 약속도 모두 취소해야 했거든요. 오늘은 가장 친한 친구의 생일이었는데 울면서 축하 인사를 건네기도 했고요. 갑자기 멀리 떨어져 있다는 게 미안하고, 아픈 게 서럽고 그렇더라고요. 희생하고 있다는 생각을 가지기 시작하면 안 되는 건데 왜 여기에 이러고 있나…. 한참을 생각하게 되는 밤이었어요. 

남자친구와 만난 지 벌써 2년이 되었어요. 10년은 된 것처럼 온갖 시련과 행복이 오갔는데 아직도 2년밖에 되지 않았다니 신기해요. 둘 다 연애를 처음 해본 것도 아닌데, 서로 모든 게 서툰 사람들처럼 허둥지둥거리다가 휙 하고 지나간 것 같거든요. 

한국에 함께 다녀오고 나니, 제가 가족이나 친구들과 어떻게 한국에서 살았는지를 간접적으로나마 남자친구가 보고 느껴서 제게 더 잘해주고 싶은 마음이 생겼나 봐요. 동시에 부담감도 함께 느낀 것 같고요. 독일에서도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만들어 주고 싶은 욕심은 있는데 방법을 모르겠는지 연애 초반때처럼 아직도 서툰 실수를 하네요.

행복하게 살자고 하는 일들인데 왜 가끔은 이 모든 게 정말 지치도록 힘들까요. 네가 좀 더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그리고 나도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소망으로 함께하는 것인데, 왜 나의 행복이 내가 아끼는 다른 사람에겐 그리움이 되어야 하죠. 그리고 내게도 사무치는 그리움이 되고요. 가족들에게 친구에게 몹쓸 짓을 하고 있다는 죄책감이 갑자기 몰아닥치고 외로움 때문에 슬퍼져요. 그래도 지금 당장 모든 것을 놓고 한국에 간다면, 감정적으로 제어를 못했던 저 자신을 원망하고 다시 후회하게 되겠죠. 언제나 그랬듯 먼저 삼 개월을 참아보고 그때도 지금처럼 불행하다고 느껴지고 참을 수 없다면 제 결정을 재고해보아야 할 것 같아요. 몸이 아프고 지치니 정신마저 나약해지고 외로움마저 새삼스러운 것 같기도 해요. 

깍두기에 곰국 한 사발하고 든든하게 한숨 푹 자고 싶은 서글픈 저녁입니다. 8개월 만에 쓰는 포스트인데 너무나 축 처지네요. 기운 내서 다음엔 좀 더 맑고 청량한 글로 찾아오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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