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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근황

독일에 또 다시 겨울이 왔어요

by 니나:) 2022. 12.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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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겨울은 유난히 길어요. 특히 겨울밤이 길죠. 여름에 비해 해가 뜨는 시간이 정말 적어서 더 춥고 쓸쓸한 거 같아요. 한국에 있을 때는 겨울을 가장 좋아했는데 독일에 살다 보면 여름이 가장 그리워져요.

약간 이런 느낌이에요. 한국의 겨울은 살을 에는 듯한 추위지만 독일의 겨울은 온몸에 곰팡이가 쓸 것 같아요. 햇빛을 못 봐서요. 어쩐지 난방도 되지 않는 깊은 지하실에서 오랫동안 보관되고 있는 느낌이에요. 뭐, 그래도 여전히 겨울밤 이불속은 좋아합니다. 얼었던 발이 녹는 느낌이 좋아요.

저는 출근을 아침 7시 반쯤에 해서 퇴근은 4시 반 정도에 하는데요. 늘 어두워요. 출근길도 어둡고 퇴근길도 어두워요. 사무실에 있을 때의 창밖이 그나마 가장 밝죠. 그래도 그렇게 환한 느낌이 들진 않아요. 날씨도 뭐 그다지 좋지 않거든요. 독일에 수많은 유명한 음악가와 철학자가 많은 것은 찬란한 여름에 비해 유독 겨울이 쓸쓸하기 때문인 거 같아요. 그 두 가지의 대비가 심하게 되니까 무엇이 외로움인지 더 극명하게 와닿거든요. 어릴 때 연기를 가르쳐주시던 선생님께서 그런 말씀 하셨어요. 예술가는 외로움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즐길 줄 알아야 한다. 당시에는 제가 외로움을 꽤나 잘 즐기는 타입인 줄 알았거든요. 역시 나는 고독을 즐길 줄 아는 여자야. 뭐 이런 식으로. 그런데 독일은 말이에요. 고독은 즐기는 게 아니라 그냥 참아야 한다는 걸 알려줘요. 도망갈 수 없으니까 참고 있는 거죠. 이걸 즐긴다고 표현한다면 할 수는.. 있겠죠. 그렇지만 굳이 찾아서 한다기보다는 어쩔 수 없으니까 해야만 하는 거 아닌가요? 그렇다면 즐긴다는 거 보다는 참는다는 표현이 더 맞아요. 근데 이제 뭐 예술가도 아니니까 사실 즐길 필요도 없죠. 건강을 위해서 오랫동안 줄여 왔던 술을 다시 마시기 시작했어요. 원래는 독주를 좋아해서 브랜디나 위스키를 즐겨 마셨는데요. 요즘은 커피가 늘은 만큼 알콜섭취는 좀 줄여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와인을 마셔요. 질리면 샴페인을 마시고요. 왠지 비타민이 들어있는 거 같아서 포도즙이다 생각하고 마시면 죄책감도 덜하더라고요. 그래도 브랜디는 한 잔 이면 괜찮았는데 와인은 꼭 세잔 이상을 마셔야 해서 그게 똑같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은 듭니다. 물론 비타민은 더 있지 않을까요? 아! 햇빛도 많이 못 보니까요. 따로 비타민 D 도 챙기고 있습니다.

발코니에 어제 쌓인 눈, 마지막 잔은 음식냄새 없는 밖에서 마시려고 들고 나왔다가 눈이랑 사진 한장!!


제 블로그를 처음부터 끝까지 읽으시는 분은 한 분도 없을 것 같아 설명을 드리자면, 사실 저의 2022년 목표는 건강하기였어요. 2021년에 너무 아팠거든요. 그런데 목표를 잘 세워서 그랬는지 올해는 좀 괜찮았습니다. 봄에 한국에 다녀온 뒤에 정말 많이 좋아졌어요. 아팠던 게 다 향수병이었나 싶더라고요. 그래서 내년 봄에 다시 한국에 방문할 계획입니다. 건강을 위해서요.

사실 독일 겨울 날씨에 대한 테마는 독일에 있는 한국인들 사이에서는 필수 대화 소재죠. 이맘때쯤 이만한 안주거리도 없거든요. 밤은 너무 길고 낮이 너무 짧고 겨울은 끝이 없고 추울 거면 확 춥지 그냥 계속 춥고 등등. 아마 독일에 계신 분이 지금 이 글을 읽는다면 어제도 오늘도 들었고 그리고 내일도 할 이야기를 또 읽네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크리스마스 마켓에 다녀왔거든요. 이번 주에도 또 갈 건데요. 글루바인을 마시러 갑니다. 흰색 패딩에 묻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시끄러운 사람들 속에서 마시는 와인이 진짜 맛있거든요. 특히 작은 전구알들로 오밀조밀하게 꾸민 상가들을 보는 재미도 있고요.

암튼 이번 주에야 드디어 겨울이 왔구나! 했어요. 지난주까지만 해도 춥긴 추웠는데 가을과 겨울 사이 같았거든요. 하이쭝만 제대로 작동하면 제법 따뜻하기까지 했어요. 그런데 이번 주는 정말 겨울이 시작이네요. 12월 중순 이 되어서야 겨울이 시작했다고 해서 독일에 겨울이 짧다고 생각하시면 안 됩니다. 적어도 4월 늦으면 5월까지는 사실 겨울이라고 생각해야 하거든요. 봄은 한 달 정도고요. 그다음 여름이 세 달 정도?

이제 시작이니까요. 이번 겨울도 잘 버텨볼게요. 특히 이번 겨울의 외로움을 정말 잘 참아보겠습니다. 소소하게 가벼운 즐거움들을 열심히 찾아다니면서 또 이 긴 겨울을 더 익숙해하면서 말이에요. 이 이 글을 읽으시는 여러분들의 겨울에도 소소한 즐거움이 정말 많기를 바랍니다. 얼마 남지 않은 2022년도 잘 마무리하면서요. 저에게도 연말연시 그리고 내년 봄, 많은 이벤트들이 중간중간 껴 있어서 잠깐 외롭다 바쁘게 지내는 일상이 될 것 같습니다.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따라 잠들기 전에 시답지 않은 수다를 쭉 늘어놓고 싶었는데 함께해주셔서 많은 위로가 된답니다. 좋은 겨울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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